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엄재억 “년듸 마음 마로리” 영월신문에 고전산책 기고
작성자관리자(test@test.com)작성일2012-03-02조회수1887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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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2012. 2. 27 영월신문에 엄재억 종친이 "古典散策"란에 기고한 글입니다

 

      

  “년듸 마음 마로리”

 

 원문   道也者, 不可須臾離也. 可離, 非道也. [출전: 『중용中庸』]        도야자, 불가수유리야. 가리, 비도야. 

 

  풀이:   도道, 즉 자기 완성의 길이란 잠시라도 이탈해선 안 되는 것이다. 이탈해도 된다면 그것은 진정한 자기 완성의 길이 아니다.  길잡이:   'A也者, B也' 구문은 'A라는 것은 B다'로 풀이된다. (不)可는 ①'~하면 (안)된다', ②'~할 수 (없다)/있다'는 뜻이다. ①의 뜻으로 옮겼다. 수유須臾는 본디 '잠시'라는 뜻이었는데 수학이 발달한 나라인 인도에서 불교가 전래돼 세분화된 숫자 개념들이 함께 건너오자 10-16을 나타내는 수로도 쓰이게 되었다. 도道는 원래 인도人道, 즉 사람이 가[야 하]는 길이라는 의미에서 시작해 삶의 방향이나 목적, 방식, 원칙, 도리 등의 뜻을 함축하게 되었다. 더 나아가 국가 사회의 질서, 형이상학적 원리 등의 의미로까지 확장되었다. 송대에 흥기한 신유학新儒學, 곧 성리학은 도를 우주 만물의 형이상학적 본체·원리로 이해했다. 이 때문인지 거의 모든 번역서들이 이 구절을 '도란 잠시도 떨어질 수 없는 것이다. 떨어질 수 있다면 그것은 도가 아니다'라고 옮겼다. 하지만 이렇게 되면 이 구절 다음에 이어지는 신독愼獨, 즉 '홀로 있을 때에도 함부로 하지 말고 삼가라'는 논리를 규명하는 데 어려움이 뒤따른다. 도가 잠시도 내게서 분리될 수 없는 것이라면 구태여 신독할 필요가 없기 때문이다.   

 

  깊이읽기:   밑도 끝도 없이 '도를 아십니까?'라며 접근하는 이들을 가끔 보게 된다. 거창하거나 신비한 것에 관심을 기울이기보다는 자기 자신을 아는 데 집중하는 일이 더 절실한 과제가 아닐까? 우리에게 소크라테스의 말로 회자되곤 하는, 델포이의 아폴론 신전 문 상인방上引枋에 새겨진 '너 자신을 알라'는 말을 이들에게 되돌려 주고 싶다. 지식과 정보가 넘쳐나는 세상이지만 정작 자신이 누군지는 잘 모르는 이들이 많다. 자기 정체성을 파악해 자기 길을 한걸음씩 쉬지 않고 가는 사람만이 곧 자기 삶의 주인공이 될 것이다. 부모와 교사가 할 수 있는 최선의 역할 또한 아이가 자기 길을 일찍 발견해 즐겁게 그 길을 갈 수 있도록 도와주고 응원하는 것이라고 생각한다. 『중용中庸』은 새삼 강조한다. 삶의 전 과정에서 자아 실현의 길, 자기 완성의 길을 향한 발걸음은 한시라도 멈춰선 안 되는 것이라고. 문득 주머니 속 1000원권 지폐를 꺼내 본다. 그리고 퇴계 이황(1501~1570)의 시를 읊조려 본다. 

 

         當時예 녀던 길흘 몃해를 바려 두고 

         어듸 가 단니다가 이제아 도라온고 

         이제나 도라오나니 년듸 마음 마로리

 

   글ㆍ엄재억∥인문고전사랑방 "동인同人"(http://edongin.kr)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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